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과학적인 상상력에 감탄하고 나중에 해석을 보면서 또 재밌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우리에게 전해지는 교훈도 곱씹기를 즐기는 편이다.
인터넷에 테넷 후기를 검색하는 이유가 뭘까.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1. 보기 괜찮은 영화인가?
2. 다 봤는데 이해가 안 된다.
나는 이게 보기 괜찮은 영화인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서만 답변해보겠다.
그리고 해석은 유튜브에서 움직이는 영상을 보는 게 훨씬 편하고 이해도 쉽고 재밌다.
TENET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 과학에 관심이 없지만 새로운 액션씬을 보고 싶은 사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그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서사와 신비로운 연출이 좋은 사람은 이 영화를 봐도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반면에 과학이라면 머리 아프고 지긋지긋한 사람,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액션신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 그냥 기존과 같은 액션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작중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입을 빌려 여러 번 강조한다.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테넷을 보기 전에 엔트로피나 할아버지 역설에 대해서 찾아보기는 했지만, 굳이 그런 것을 모르더라도 이 영화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장담컨대 테넷과 같은 액션신은 그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굉장히 신선했다. 보기 전부터 이해하지 못할까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해하지 않아도 테넷의 서사와 액션씬은 재밌게 볼 수 있다. 영화를 다 감상한 후 궁금증이 너무 남는다면 그때 찾아보면 된다. 유튜브에는 테넷의 서사와 액션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한 영상들이 많다. 나도 테넷을 이해하지 않고 즐겁게 감상한 후 유튜브에서 해석을 보며 두 번의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난 이걸 이해하면서 볼 거야!'라고 마음을 먹는다면 머리만 아플 것이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나중에 해석을 찾아보는 게 훨씬 재밌다. 진짜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포함됨)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
테넷 전체를 관통하는 감독의 메시지다. 아이러니하게도 테넷은 시간여행 성격의 소재를 쓰고 있는데 그렇게 과거를 바꿔도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절대적인 진리가 작품에 녹아있다. 이건 평행우주나 타임패러독스 같은 복잡한 것으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테넷은 서사 자체가 이미 벌어진 사건들을 향해 각각 다른 시간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주도자와 닐 사이의 우정이라는 감동 포인트도 좋았고 나중에 닐의 동선에 대한 해석을 찾아보니 그 감동의 물결은 두 배가 되었다. 영화 속 미스테리한 장면들이 모두 복선이었고, 나중에 주도자의 역행 시점에서 이러한 복선들이 맞아떨어질 때마다 감탄했다. 사소한 설정오류는 해석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시간의 역행을 소재로 쓰면서도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모순적인 설정이 철학적으로 다가왔다.
아주 쉽게 말해서, 이미 일어난 일은 무슨 짓을 해도 바꿀 수 없으니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다.
그리고 나는 창작자로서 복선이 작품 완성도에 미치는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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