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공개된 게시글로 올리는 이유는 내가 기억하기 위함+누군가에게 간접체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일단 특수한 물건이 아니고 본인 입찰이라는 조건 하에 준비물 목록이다.
- 신분증 or 운전면허증 등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것: 기본이다.
- 경매보증금: 자기앞수표 일반권으로 한 장 준비하는 게 편하다.
- 도장: 있어야 편하다. 법원에 따라 지장(손가락도장)이 안 될 수도 있다.
- 인주: 있어야 안심된다. 근데 웬만해선 현장에 비치되어 있다.
- 볼펜: 있어야 안심된다. 근데 웬만해선 현장에 비치되어 있다.
- 기일입찰표: 미리 써서 가져가면 실수도 줄이고 시간도 아끼고 초보의 경우엔 침착할 수 있다.
기일입찰표만 가서 쓸 생각이고 나머진 전부 준비되었다.
이번 물건은 임장을 먼저했다. 저번 물건을 임장 단계에서 넘긴 후 곧바로 인천 내에서 이번 물건을 임장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16일 임장
택시를 타고 해당 물건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달동네 느낌은 없고 도심 속 시골과 신축이 혼합된 거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래된 건물들은 대체로 높이가 낮아서, 상대적으로 최근에 세워진 건물들은 동서남북으로 햇빛을 잘 받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골목이 좁고 건물들이 밀집한 거리였는데 각 건물들 사이에 높이 차이가 있어서 건물이 건물의 창문을 가린다거나, 건물이 빼곡하게 모여서 답답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추가로 그 일대의 지형까지 살펴보았는데, 완만한 산을 깎아서 계단식 농장처럼 건물들을 길고 각지게 세워놓은 형태였고 감정평가서에서는 이를 사다리형 토지라고 한다. 해당 물건은 그러한 거리 중 가장 낮은 곳에 가까웠다. 어쨌든 이상기후로 인한 침수 걱정은 없으리라 판단했다.
해당 물건은 그런 거리에서 상대적으로 신축(2000년)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내부로 들어가기 전, 외벽에 가스계량기가 눈에 들어오길래 가스계량기부터 살펴봤다. 공실은 단 한 군데. 나머지는 전부 세입자가 있었다. 해당 물건은 3층이기 때문에 바깥에서 보이는 발코니와 창문들의 위치를 파악한 후, 해당 물건이 햇빛을 잘 받고 있으며, 외벽에 균열이 없음을 확인했다.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인근 건물들의 공실률도 확인해본 바, 수요는 충분한 것으로 보였다.
오래된 건물들은 주거용, 문방구, 마트, 구멍가게(?) 같은 형태였고 신축들은 전형적인 다세대 빌라 형태였다. 거리에는 앉아서 대화를 나누시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건물 앞에는 일반쓰레기봉투로 밀봉된 쓰레기가 두 개 있었다. 이전에 봤던 물건은 그런 것도 없이 아무 봉투에 넣어진 쓰레기가 불규칙적으로 나뒹굴고 있었는데, 그 기억이 대비되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나는 건물에 진입하자마자 우편함부터 보았다. 우편함마다 동일한 광고지가 하나씩 끼워져 있었고 두 호실에 공과금 문서가 1 ~ 2개 들어있었다. 지금까지 겪은 임장 경험에 따라, 이 정도면 세입자들이 관리를 하고 있는 편이라 생각했다. 실내 바닥은 조금 더러웠지만 쓰레기가 있지는 않았다. 지극히 정상적이다. (건물주가 한 건물을 전부 가지고 있는 경우엔 책임감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기 때문에 바닥까지 아주 깨끗하지만, 이렇게 각 호의 임대인이 다른 경우엔 어느 정도 바닥이 더러운 것은 정상적이라 여기기로 했다.)
해당 물건이 있는 층까지 올라가보니 아주 작게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가족 단위 세입자가 있는 것이다. 난 이어서 해당 물건의 호실까지 다가가 초인종을 눌렀다. "안녕하세요ㅎㅎ 경매 건으로 부동산 좀 확인하러 왔는데요. 혹시 2분 정도만 시간 괜찮으실까요?" 이렇게 대사까지 속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문을 열어줄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다. 응답이 없었다.
아쉽지만 건물에서 나와 주변을 마저 둘러보기로 했다. 더운 날씨에 연속으로 임장을 보려니까 전날의 피로까지 쌓여서 몸이 꺼지는 듯했지만, 하루 동안 위험한 물건을 피하고 좋은 물건을 찾아냈다는 내면의 성취감이 내게 에너지를 주었다.
그때 시간이 오후 3~4시였다. 주변에 학교가 있어 하교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리고 (미성년자)학생들은 가족 단위의 가구가 주변에 형성되어 있음을 뜻한다. 건물들의 높이는 여전히 도심에 비해서 낮지만, 근린생활시설이 다양했고 공공기관도 근처에 많았다. 전철역은 멀지만 버스정류장이 조밀하게 위치하고 있어 교통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는 지도로 사전에 확인된 사실이다.)
현실은, 그리고 현재는 돈이 없어서 저렴한 물건만 봐야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시간을 녹이고 노동력을 소모하여 현금을 축적하고 있다. 이번에 또 패찰하고 다음에 또 패찰하고 그 다음에도 패찰한다고 해도 괜찮다. 그때까지 시간은 흐르고 있으며 내 현금은 계속 쌓이고 있을 테니, 선택지는 많아지고 기회도 많아진다. 연이은 실패는 경험치가 되고, 결국 이러나 저러나 나의 낙찰 확률은 계속해서 높아지다가 어느 순간 낙찰에 성공하는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아니, 그렇게 판단한다.
2022년 8월 17일 분석
사실 물건 리스트를 만들 때 기본적인 분석은 끝난다. 그래도 이렇게 분석 파트를 나눈 이유는 세부 분석과 입찰 전략을 정리해두기 위함이다.
세입자가 있지만 권리적으로 문제(손해)가 없는 물건이다. 따라서 낙찰시 인수될 배당금까지 계산에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
해당 물건의 매각사례는 가장 최근의 것이 2017년이고 그 다음이 2009년이었다. 유의미한 최근 매각사례는 감정가 대비 낙찰가가 90%에 가까웠고 그 다음인 2009년 역시 90%에 가까웠다. 그보다 더 과거로 가면 130%를 한 차례 웃돌다가 갑자기 60%, 50%, 40%로 뚝 떨어진다.
시간축을 거꾸로 돌려서 생각했을 때 이물건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가 꾸준히 높아졌다는 것이며, 건물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감정가 역시 최근으로 올수록 높아지고 있다. 2004 ~ 2005년에 해당 물건에서 매각이 많았는데, 그때의 가격과 현재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거의 3~4배는 가격이 상승했다. 그리고 모두 1회 유찰이었다.
건물은 노후화되고 있는데 가치가 꾸준히 상승한다는 건 역시 이 땅, 인근 지역에 대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조사해보니 인천은 비교적 최근에 규제지역이 되었고 해마다 인구수가 늘어나는 추세였다. 이러한 수요에 힘입어 신도시가 건설된 걸까.)
따라서 향후에 시세차익을 노리기에도 적절한 물건이라고 생각된다. 이러면 월세수익을 노리는 자+시세차익을 노리는 자들까지 합쳐 경쟁자가 배로 늘어난다. 이전 낙찰 사례와 비교해서 해당 물건의 조회수가 비슷하다는 걸 따져보면 이번에는 90% 이상으로 낙찰가를 내는 입찰자도 충분히 있으리라. 따라서 90% 이상으로 낙찰가를 내지 않는다면 패찰 확률이 높아지리라. 왜냐하면 입찰자가 충분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너무 좋은 물건이기 때문에. 나와 똑같이 이 물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낙찰가를 높게 잡을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해당 물건의 매각사례 말고 인근물건들의 매각사례들을 살펴보니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작년의 사례가 굉장히 많은데, 감정가 대비 낙찰가 90%는 아주 낮은 편이고 대체로 1회 유찰 100% ~ 120%까지 낙찰가가 형성되어 있던 것이다. 2회 유찰까지 가지도 않고 물건이 나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또 일부 물건들은 70% ~ 80%로 형성되어 있다.
정말로 90% 이상을 내야만 낙찰받을 수 있을까? 그 아래로 내면 무조건 패찰일까? 또 저번처럼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을 적게 되는 게 아닐까?
사례가 너무 많고 다양해서... 이번 건은 평소보다 더 시간을 들여 면밀히 분석해보기로 했다.
- 실제 매매 시세: 비슷한 조건의 해당 동에서는 8000만 ~ 9000만으로 확인됐다. 인근 동에서는 도심이나 변두리 상관 없이 평균 1억 2000만으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고 일부 8000만 ~ 9000만이 더 있었으며, 매우 극소수만 5000만 ~ 6000만으로 매매가가 잡혀 있었다. 또한 감정평가사는 인근 매각사례로 두 가지 건을 선정했는데, 면적이나 위치 차이가 거의 없는 건들이었다. 따라서 매매와 비교하여 적절한 감정가였다.
- 실제 월세 가격대: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보증금과 월세는 반비례의 시세를 가진다. 보증금이 크면 월세가 작고, 보증금이 작으면 월세가 크다. 이는 건물주의 투자 성향에 따라 갈린다. 시세차익과 새로운 물건 매입이 주목적인 건물주는 항상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증금으로 투자금을 일부 마련하려고 한다. 하지만 보증금이 너무 높으면 수요가 떨어지므로 월세를 낮춰서 타협하는 것이다. 어차피 그런 투자 성향이라면 월세보다는 보증금(투자금)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월세수익, 현금흐름이 목표다. 보증금 및 월세 가격대는 대체로 1000/35 ~ 1000/40에 형성되어 있지만 여기에 관리비가 별도로 된 곳이 많았다. 따라서 나는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관리비 포함으로 높인다 계산했을 때 nnn/45+-3까지는 가능하리라 결론지었다.
- 입찰가 재산정: 추가로 세부분석을 했으니 입찰가를 다시 결정해보자. 이전에는 90% 이상을 안전하고 합리적인 입찰가라 계산했다. 그러나 분석을 하면 할수록 이 건물의 잠재가치와 안정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 잠재가치라는 건 재개발이나 시세 상승을 말하는 건데, 시세차익을 노리지 않는 입장에서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다. (입찰 경쟁률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일 수도) 어쨌든 가격적으로 리스크는 매우 적다는 게 중요하다.
다시 생각해보자. 좋은 물건이 나왔고 가격대가 합리적이다. 그래서 다들 90% 이상의 낙찰가로 가져가고 있다. 실제 매매 시세와 비교해보면 90% 낙찰가는 적게는 정가, 많게는 3000만 원까지 이득을 보고 가져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핵심은 내가 해당 물건을 90% 입찰가를 써서 낙찰을 받았다고 했을 때, 그것이 '정가'냐 아니냐다. 보니까 정가보다 비싸게 주고 살 일은 없다.
만약 내가 해당 물건을 정가에 주고 사게 된다면 경매의 의미가 퇴색된다. 그리고 대출도 크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내가 해당 물건을 시세보다 싸게 주고 산다면, 더할나위 없이 성공한 것이다. 물론 90%라는 수치는 큰 대출을 기대할 수 없지만 말이다.
-> 그래서 해당 물건에 대한 90% 입찰가는 정가인가 아닌가?
같은 동에는 매물이 없어서 인근 동으로 시선을 옮겼다. 해당 물건보다 싼 것이나 해당 물건과 동가격대는 1990년대 물건이었다. 해당 물건보다 최대 3000만 원 이상 비싼 것들도 1990년대 물건들이었다. 그중에는 해당 물건보다 면적도 작으면서 비싼 게 많았다. 결국 여러 사례들을 모아서 90% 입찰가는 '정가'보다 조금 싼 가격 정도로 예상된다.
90% 입찰가가 가능한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말도 안 되는 입찰가였다. 수익률이 10%도 안 된다.
그보다 가지고 있는 현금+대출을 계산해봤을 때 90% 입찰가는 낙찰을 받더라도 잔금을 납부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혹시나 싶어 최저가인 70%로 해봤는데, 현재의 수익으로 1년은 더 모아야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가격대였다.
최근에 지하층을 전부 배제한 탓에 내게 현실성 있는 물건이 매우 적어진 것이다.
지하층 물건을 전부 제외하느라 리스트를 갈아엎었는데, 다시 갈아엎어야겠다.
충분한 자금력이 생기기 전까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 해당하는 물건들은 초점에 두지 않기로 했다. 이런 지역에서 경락잔금대출을 실행하려면 무주택자라도 전입의무가 있고, 2~3회 유찰로 가격이 매우 떨어졌는데 권리관계가 깨끗하고 지하층이 아니며 감정가 5천 이상의 물건은 매우 극소수다. 그런 극소수의 물건은 입찰 경쟁이 심화될 것이고, 정말 운 좋게 가져가는 게 아니면 확률이 낮다. 그리고 나는 짧은 인생을 살아본 바, 내가 가진 운을 매우 불신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정말로 그러한 물건이 있는지 1주 주기로 확인은 할 것이며 가능하다면 입찰도 하겠지만, 극히 희박한 확률에 에너지를 이전처럼 투자하는 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조사&입찰 빈도를 전보다 줄이게 될 것이다.
최종적으로 나는 약 2시간의 지역조사 끝에 아산, 이천, 춘천, 원주로 초점을 바꿨다.
수도권, 경기권에 비해서 물건이 적었다. 그중에서 조사 가치가 있는 물건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도 패찰하게 된다면 고를 수 있는 물건은 점점 더 적어질 것이다. 아무래도 수도권, 경기권에 비하면 나오는 물건도 적을 테니.. 9월 중순까지 진전이 없다면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상가 물건까지 추가로 공부할 계획이다.
+(2022.8.21)계산기 두드려보니 규제지역 오피스텔 물건들도 토지거래허가제도를 따져서 일부 적정 수익률 달성&레버리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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