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는 번아웃이 반복적으로 찾아온다. 현실적인 능력이 비해 바라보는 곳이 과대망상 수준이고, 언제나 하늘의 구름을 손으로 잡겠다며 지상에서 방방 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가정사가 겹치기도 했고 특히나 이번 작품은 내가 쓰고 싶은 것보다 최대다수가 보고 싶어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 그런 걸까, 여러 부분에서 시련이 겹쳐 피로도가 상당하다.
이럴 때는 주변 가족이나 지인의 응원보다 이 일에 관계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는 게 좋다.
내게 과분할 정도의 칭찬을 쏟아낸 사람들도 있고, 나라는 사람 자체를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를 비난하거나 내 결과물을 쓰레기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지난 작품의 반응을 연달아 보는 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과 같다.
당근을 주는 독자들은 나 덕분에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는지, 얼마나 좋은 경험을 했는지 이야기한다. 작가로서 그런 당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의 온기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단언컨데 당근을 주는 독자들이 내게 감사하는 것보다 내가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훨씬 클 것이다. 또한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 나에게도 칭찬은 일종의 각성제가 된다. 이들을 결코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이들을 더 만족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채찍을 주는 독자들은 나의 결점과 실수를 분석할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해준다. 그들이 그렇게 반응하고 그렇게 말하는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채찍들을 보면서 이렇게 말한 이유가 뭘까, 이렇게 부정적이고 적대적인 감정을 품게 된 이유가 뭘까, 작품 내용에서 그 원인을 추론해간다. 나는 다년간 다섯 개의 유료 작품을 완성하고 무수한 반응들을 보았다. 그중에는 당연히 채찍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껏 내가 정말 무가치한 채찍질(악플)이라고 여긴 반응은 단 한 사람, 단 하나뿐이었다. 다른 모든 채찍들은, 남들이 보기에 단순히 악플 같은 반응들도 모두 작든 크든 내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 따라서 당근이 각성제라면 채찍은 성장촉진제라고 보면 되겠다.
온종일 신작 생각만 한다. 뇌의 연산처리량이 100이라면 어디서 무엇을 하든 최소 20은 백그라운드 프로세스처럼 신작에 할당하고 있는 것 같다.
신작 연재는 내 본진인 문피아에서 공모전을 시작하기 전에 들어가려고 한다. 대략 5월부터가 공모전 기간이므로 지금은 상대적으로 경쟁 작품이 많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조바심에 당장이라도 시작하고 싶지만...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줄바꿈 하나까지도 칼을 갈고 신경써서 내놓고 싶다. 지금까지도 많은 고뇌와 수정이 있었지만 말이다. 50점짜리 작품보다는 51점짜리 작품이 좋지 않은가. 내 생애 최초로, 나 자신보다 독자를 생각하고 쓰는 작품이니까 이전 작품들보다는 많은 수요가 확인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이 최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대한의 지능을 발휘하여 효율적인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이제 좀 머리가 차가워지는 것 같다. 다시 신작 준비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