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도전 6 (안성시)
이것을 공개된 게시글로 올리는 이유는 내가 기억하기 위함+누군가에게 간접체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일단 특수한 물건이 아니고 본인 입찰이라는 조건 하에 준비물 목록이다.
- 신분증 or 운전면허증 등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것: 기본이다.
- 경매보증금: 자기앞수표 일반권으로 한 장 준비하는 게 편하다.
- 도장: 있어야 편하다. 법원에 따라 지장(손가락도장)이 안 될 수도 있다.
- 인주: 있어야 안심된다. 근데 웬만해선 현장에 비치되어 있다.
- 볼펜: 있어야 안심된다. 근데 웬만해선 현장에 비치되어 있다.
- 기일입찰표: 미리 써서 가져가면 실수도 줄이고 시간도 아끼고 초보의 경우엔 침착할 수 있다.
기일입찰표만 가서 쓸 생각이고 나머진 전부 준비되었다.
2022년 9월 16일 분석
최근에 평택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평택의 위성도시격인 안성시가 좋은 압력을 받고 있다. 안성시는 다년간 인구수, 매매가, 전세가가 완만한 우상향을 보이고 있으며 시내에 재개발 계획이 잡혀있는 상태다. 다만 전철이 뚫려있지 않아서 역세권은 단 하나도 없는 곳이다. 그리고 나는 15일에 법무사를 방문하여 상담을 하면서 내 상황과 목적을 알린 후 이번 물건을 소개 받게 되었다. 아무리 나보다 경험 많은 법무사에서 추천을 한 물건이라지만, 안일하게 법무비만 주고 가만히 놀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해당 물건은 안성시의 남쪽 외곽, 다세대 빌라가 밀집한 구역에 있는 지상층이었다. 시세는 1억 1천 ~ 1억 5000천까지 형성되어 있었고 전세는 평균 6000 정도였다. 그리고 전세보다 내게 중요한 월세는 30 ~ 40이었다.
비교적 신축에 해당하는 물건이었고 해당 위치는 재개발 수혜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향후 재개발을 기대하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낙관적으로 봐도 5년은 넘게 바라봐야 할 것 같았다. 당연히 그때까지 안성시가 꾸준히 성장하고 팽창할지는 미지수다.
규제가 전혀 없는 위치라서 레버리지는 충분히 가능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금리가 역대급으로 상승하고 있어 대출 이자로 인해 임대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임대수익이라는 목적보다, 해당 물건을 안정화하여 최대한 빠르게, 시세보다 싸게 팔되 1천 ~ 2천의 시세차익을 보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규제와 금리의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내가 지금 모은 자본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소유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따라서 첫 부동산의 목적도 바꿔야 했고 그에 따라 새로운 공부와 새로운 계획을 세워두었다.)
이 물건을 성공적으로 안정화한 후 최대한 빠르게 판다고 해보자. 빠르면 한 달 안에 팔 수도 있지만 그건 천운이 나를 도왔을 때의 이야기인데, 나는 내 운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빠르면 1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아 길어지면 3년 ~ 5년까지도 이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세차익으로 목적을 바꾼 시점에서 내가 정한 입찰가로 이 물건을 소유하게 된다면, 소유하는 순간 시세보다 몇 천의 이득을 보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물건을 팔았을 때 또 이득을 보게 된다. 결론적으로 내가 모은 돈이 계좌에서 놀지 않고 자산이 되어 내게 차익을 안겨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산소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물건이 한 달 안에 팔린다면 나는 한 달만에 1천 ~ 3천의 이득을 보게 된다. 월급이 1천 ~ 3천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1년 안에 판다면 그것 역시도 연봉에 +1천 ~ 3천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자산으로 인한 수익이 추월차로 진입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 수 있다.)
권리관계는 문제가 없었지만 세입자가 대항력이 없어 미배당금이 조금 있고, 그로 인하여 세입자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명도 협상이 쉽지 않는데 이번에는 법무사가 중간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 명도 협상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했다. 무난하게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만, 엄청난 불운으로 인해 실패하더라도 귀중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법무사에서 내게 호의를 주었다. 감사하게도 정가로 받는 법무비를 내게는 30% 이상 깎아주겠다고 한 것이다. 대신 출장비를 절약하기 위해 임장은 내가 하기로 했다. 또한 이렇게 분석도 직접하고 임장도 직접 가봐야, 법무사의 호의에 대한 진실성을 검증할 수 있다. 어쨌든 돈이 얽힌 이해관계 속 사람을 100% 신뢰하는 건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
2022년 9월 19일 임장
안성은 전철이 없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가는 게 시간과 가격적으로 합리적이다. 나는 수원터미널에서 8200번을 타고 안성시의 어느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20분을 걸어서 해당 물건에 도착했다. 건물과 도로의 배치를 보니 계획적인 느낌이 강했고 시내에는 젊은 사람들이 소수, 대다수가 노년층으로 보였다. 시내에서 벗어나자 곧바로 논밭이 펼쳐졌다. 논밭을 지나서 해당 물건이 있는 다세대 빌라 밀집 구역에 도착하니 주차장의 절반 이상에 차량이 들어서 있었다. 가스계량기로 해당 물건의 공실률을 확인해보니 빈 방은 없었다. 그래서 해당 물건과 똑같은 구조인 다른 동의 물건들도 확인해봤는데 한 동에서 4개 호실이 빈 걸 제외하고는 전부 세입자가 있는 것 같았다. 물건과 구조가 다른 인근 빌라들도 모두 확인해봤는데 공실은 없었다. (해당 물건의 벨을 눌러봤지만 응답은 없었다.)
시내부터 외곽까지, 시골과 신축이 섞여 팽창하고 있으며 임대 중인 신축 상가(또한 미성숙 상권)가 많아 최근에 들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소도시라는 느낌이 있었다. 단, 안성은 도시화 계획이 진행된 후 충분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상권이 성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평택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고 그렇게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주로 평택에서 소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하게 했다. 그리고 공인중개사와 부동산이 거의 한 블록마다 있었으며, 강가를 중심으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산책로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외곽에는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어쨌든 상권 분석은 적당히하면 된다. 나는 상가가 아니라 거주 목적의 부동산을 보고 있으니까.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해당 물건이 있는 장소의 훌륭한 공실률을 근거로 했을 때, 내가 이 물건을 정상화하고 소유하게 된 후에도 매매 수요자는 있으리라 희망했다.
2022년 9월 20일 법무사 방문 상담
임장을 본 다음날, 나는 법무사에 방문하여 해당 물건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함께 전략을 조율하였다. 해당 물건의 빌라 한 동에서 다수의 물건이 경매로 나왔는데 나는 그중에 명도 전략이 필요하고(난이도가 살짝 있고), 명도 전략이 필요하되 세입자가 일부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있어 강제집행까지 갈 가능성은 적은 물건을 골랐다. 세입자가 배당을 받기 위해 협조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겠다는 명도 전략이다. 또한 세입자의 보증금 중 일부를 돌려준 후 보증금을 낮추고, 그 대신 월세를 살짝 올려서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를 막고 소액의 임대수익을 얻을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법무사와 함께 계산기를 두들기고 실현 가능한 숫자인지 확인해본 결과, 정해진 입찰가로 낙찰을 받았을 때 실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단, 적정 낙찰가는 1억 500 ~ 1억 1000으로 추정되었는데 자금 문제로 약 1억 100에 입찰하기로 했다. 이는 분석된 적정 낙찰가의 최소치이기 때문에 경쟁자가 2~3명이라도 생긴다면 낙찰 확률이 떨어질 것이다.
2022년 10월 4일 입찰
총 7명이 입찰했고 나는 400만 원 차이로 2등이었다. 1등은 1억 500을 썼다. 1억 500은 시세차익을 보기에는 다소 애매한 액수인데(떨어질 확률도 없지는 않으니까), 앞으로 해당 물건의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해서 그런 가격을 쓴 건가 싶었다.
이번에도 작은 차이로 패찰한 것이다. 큰 차이로 패찰했을 때보다는 상실감이 덜 했다. 조금 기운이 빠졌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재도전하자. 그러다보면 결국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