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도전 3 (인천광역시)
이것을 공개된 게시글로 올리는 이유는 내가 기억하기 위함+누군가에게 간접체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일단 특수한 물건이 아니고 본인 입찰이라는 조건 하에 준비물 목록이다.
- 신분증 or 운전면허증 등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것: 기본이다.
- 경매보증금: 자기앞수표 일반권으로 한 장 준비하는 게 편하다.
- 도장: 있어야 편하다. 법원에 따라 지장(손가락도장)이 안 될 수도 있다.
- 인주: 있어야 안심된다. 근데 웬만해선 현장에 비치되어 있다.
- 볼펜: 있어야 안심된다. 근데 웬만해선 현장에 비치되어 있다.
- 기일입찰표: 미리 써서 가져가면 실수도 줄이고 시간도 아끼고 초보의 경우엔 침착할 수 있다.
기일입찰표만 가서 쓸 생각이고 나머진 전부 준비되었다.
오늘 이후로 임장까지 시도하는 물건들은 임장과 분석 파트를 분리하기로 했다.
이렇게 글을 써서 정리하는 습관을 만드니까 확실히 이러한 경험들을 알차게 흡수하게 된 것 같다.
2022년 8월 12일 분석
올해 여름에 기록적인 폭우가 한반도를 쓸고 가면서 서울 북부에 인명사고와 침수피해가 상당했다. 아무래도 인프라가 밀집된 도심의 특성상 하수로와 배수로에 쓰레기가 쌓이기 쉽고, 도시의 다양한 설비들이 이만한 폭우까지 상정해서 설계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사고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과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해결책을 촉구&강구하는 와중에 정부는 지하층에 대한 주거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리라는 방침을 매우 신속하게 내놨다.
따라서 내가 앞으로 다세대 빌라 지하층 물건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물건들은 가져봤자 가까운 해에 골칫덩이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지하층 소유자의 인센티브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나로선 기회비용과 들어가는 노력을 따져서 지하층 물건은 넘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자금이 부족한 나는 물건 선택지가 매우 크게 줄어든 것이다.
지금도 상대적 소액에 해당하는 물건들은 경매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 정부의 방침과 더불어 세대가 거듭될 수록 이전 세대보다 높은 금융 IQ를 가지게 될 미래의 소액 경쟁자들까지 생각해보면, 나는 조금 더 속도를 높여야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나는 2~4%의 가격 손해를 보더라도 물건을 하루라도 빨리 손에 넣기로 결정했다.
봐두었던 물건 목록에서 지하층 물건을 전부 제외해보니 선택지의 절반이 날아갔다. 그중에서 내 조건에 부합하는 가장 빠른 물건은 인천의 것이다.
해당 물건은 가장 최근의 낙찰 사례가 2013년이었다. 이렇게나 오래된 것을 계산에 반영해도 신뢰는 보장할 수 없다. 해당번지사례는 참고용으로만 두고 해당 물건 주변의 낙찰 사례로 시선을 옮겼다.
해당 물건의 주변에서는 대체로 2회 유찰된 가격에 낙찰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여기서 최근의 사례만 반영해보면 감정가 대비 낙찰가는 60% ~ 65%에 분포하고 있다. 2회 유찰된 가격에서 최저가 그대로 가져가진 않고 살짝 높여서, 경쟁에서 승리한 자들이 낙찰을 받아간 것이다. 그리고 이 낙찰 사례들은 최근일수록 경쟁자가 많았다. 예전엔 49%로도 가져가던 물건을 최근에는 55%에서 65%까지 가져가고 있다. 이어서 해당 물건과 평수가 비슷한 것들의 낙찰가 가격대를 보니, 내가 보려는 물건 역시 60% ~ 65%로 계산하는 게 최대의 효율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정도면 낙찰 확률이 높은 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난 위에서 설명했듯 경매 경쟁을 피하기 위해 조금 더 속도를 높일 생각이다. 사실 인근 매각 물건에서 최근 해에 낙찰가가 가장 낮은 물건이며 평수도 비슷한 사례를 보면 최하 50%까지도 내려간 것이 하나 있다. 그러나 그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니 미배당금을 인수 받는 임차인이 있는 경우였다. 결국 앞서 계산한 60% ~ 65%의 낙찰가도 확률이 높은 가격대는 맞지만, 나는 2회 유찰까지 기다리지 않고 1회 유찰의 최저가인 70% 선에서 입찰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똑같은 전략을 구상한 경쟁자가 1~3명 더 있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하여 71%에서 조금 더 쓴 72%로 가고자 한다. 어쩌면 실제 낙찰가보다 15% ~ 20%는 더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시세에 비해 굉장히 많은 비율의 손해를 보는 낙찰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비율일 뿐이다. 내가 보는 물건들의 가격대는 감정가 6000만 원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10% ~ 20%의 비율은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수백 만 원 선에서 그친다. 게다가 내가 보는 물건들은 시세로 쳐도 1억을 넘는 물건이 거의 없다. 이번에 너무 높은 낙찰가를 써서 정말로 낙찰이 되어서 일정 비율의 손해를 본다면 300만 ~ 600만이 된다. 정말 최악의 경우 600만을 손해보게 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그 금액은 낙찰 후 얻게 될 시간과 고정수익에 비하면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어디까지나 정말 최악의 경우다. (해당 물건의 시세와 낙찰가는 두 번 떨어졌는데, 감정가는 최근에 들어서 한 차례 상승했다. 해당 물건의 실제 가치가 떨어지는 중이라고 해도 지난 10년간 200만 ~ 400만이 떨어진 것이다. 10년의 세월에 건물의 가격이 200만 ~ 400만이 떨어진 건, 떨어졌다고 생각할 만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입찰 전략을 짰으니 현실적인 수익률을 계산해봤다. 2000년대 이전에 완공된 건물이므로 신축은 아니다. 리모델링 비용을 최대 300까지 잡고서 기타 법무비나 명도비 등을 빼고 월세를 확인해봤다. 해당 물건이 있는 동에는 비슷한 물건이 없어서 인근에 비슷한 평수의 지상층 물건들을 보았다. 그러니 대략 40만 원을 월세로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물건의 사례(해당 동)들을 보면 월세는 20만 원으로 사례가 2번 있었다. 아마 여기에 관리비까지 들어가면 25만 ~ 30만은 될 것이다. 다만 해당 물건의 사례 두 가지는 5년, 10년 전의 것이다. 해당 물건이 있는 동에 해당 물건과 비슷한 물건을 찾지 못했지만, 5년이나 10년 전과 같은 가격대로 월세를 받고 있는 물건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물건이 있는 동에서 해당 물건과 비슷한 매물이 전혀 없다는 것은, 수요가 많다는 희망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 따라서 40만으로 잡고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35만까지 단계적으로 내리는 전략을 짤 수 있다.
직접 만든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이론상 수익률은 괜찮았다.
2022년 8월 16일 임장
비가 그치면서 날씨가 더워졌다. 사실 날씨가 조금 흐릿했던 어제 임장을 나오려고 했는데 잠이 너무 부족해서 그만 자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 온몸으로 땀을 흘리며 어제 자버린 대가를 뼈아프게 치르게 된 것 같다.
동인천역에서 택시를 타고 해당 물건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인천에서는 변두리에 위치한 물건이지만 가까운 곳에 학교와 공업단지가 있어서 그런지 거리에 차량이나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난 해당 물건이 있는 곳에 도착하고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사진과 로드뷰로 보았을 때는 괜찮았다. 물건이 있는 곳 근처도 깨끗해 보였고, 물건이 좀 언덕에 있었는데 그렇게 가파르게 보이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언덕은 숨이 찰 정도로 가파르고 주변에 쓰레기도 많았다.
그렇다. 쓰레기가 가장 큰 문제였다. 옹기종기 언덕길에 붙은 건물 사이에는 얼마나 오래된 건지도 모를 쓰레기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여 있었다. 그 때문인지 해당 물건이 있는 언덕 꼭대기로 가면 갈수록 냄새가 심해졌다.
해당 물건의 앞에 도착해서는 우편함을 확인했다. 대략 3 ~ 4호실에 우편물이 정돈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괜찮았다. 이어서 가스계량기를 보려고 했는데, 가스계량기가 건물과 건물 사이 비좁은 골목에 있었다. 그런데 그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골목에는 거의 쓰레기장처럼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내 코는 점점 더 냄새에 민감해졌다. 해당 물건의 내부로 들어가서 마스크를 내려봤는데, 공기의 질이 확 달라졌다. 해당 물건은 1층에 있는 것인데 마치 오래된 반지하에 들어온 것만 같은 냄새와 습도였다. 건물 내부는 청소되어 있지 않았고 내부의 등도 을씨년스럽게 깜박거렸다. 지하층도 있는 건물이라 한 층 아래로 내려가봤더니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마치 범죄영화에서 나올 법한 분위기, 현관마다 붙은 수많은 광고지 그리고 건물 현관에 붙은 몇 장의 안내문들에 쓰레기는 '제발' 어떤 날 어떻게 배출해달라고 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결국 전체적으로 전부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냄새, 공기의 질, 위생 상태가 가장 큰 문제다. 오래 거주하면 질병에 걸릴 것 같은 공기였다.)
나는 해당 물건이 있는 호실의 초인종도 누르지 않았다. 이미 마음을 접었기 때문이다. 내부도 문제지만 쓰레기가 쌓인 바깥의 상황도 그렇고, 1층은 건물의 동서남북이 모두 햇빛을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나마 햇빛이 들 수 있는 방향은 창문 하나도 없이 벽돌로 마감되어 있었다.
그래도 이 물건을 낙찰받게 된다면 위치상 수요는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앞서 계산했던 40만 ~ 35만의 월세 수요라고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더라도 나라면 35만 ~ 40만으로 이런 집에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휴대폰을 켜서 다시금 주변 물건들을 확인해보니 월세가 그 가격이면 평수가 조금 줄어들더라도 훨씬 깔끔한 물건들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투룸에서 쓰리룸 이상의 물건을 보고 가족 단위의 수요자를 최우선으로 희망하고 있다.
결국 혼자 살게 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물건과 같은 집에는 그 가격으로 살지 않을 것이며, 그 가격보다 낮은 가격대라도 가족을 데리고 들어가지는 못하겠다. 내가 들어가고 싶지 않고 내가 합리적이라 생각하지 않는 물건을 낙찰 받는 건 지양한다. 월세를 낮춘다고 해도 앞서 구상한 입찰 전략을 따르면 낮출 수가 없고, 입찰 전략을 바꾼다고 해도 낙찰 후 리스크가 크며 변수가 많다고 판단했다. 또한 해당 물건은 3종주거지역보다 한 단계 안 좋은 2종주거지역이며 지형이 가파르고 높은 탓에 장기적 관점에서 재개발 기대는 매우 저조하다고 예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2회 유찰이 되었을 때 가져갔구나 싶었다.
따라서 이번 물건은 넘기기로 하고, 곧장 다음 물건의 임장을 보러 갔다.
다음 물건도 인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