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부동산

경매 도전 2 (안산시)

FromZ 2022. 8. 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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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공개된 게시글로 올리는 이유는 내가 기억하기 위함+누군가에게 간접체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일단 특수한 물건이 아니고 본인 입찰이라는 조건 하에 준비물 목록이다.

 

- 신분증 or 운전면허증 등 본인을 증명할 수 있는 것: 기본이다.

- 경매보증금: 자기앞수표 일반권으로 한 장 준비하는 게 편하다.

- 도장: 있어야 편하다. 법원에 따라 지장(손가락도장)이 안 될 수도 있다.

- 인주: 있어야 안심된다. 근데 웬만해선 현장에 비치되어 있다.

- 볼펜: 있어야 안심된다. 근데 웬만해선 현장에 비치되어 있다.

- 기일입찰표: 미리 써서 가져가면 실수도 줄이고 시간도 아끼고 초보의 경우엔 침착할 수 있다.

 

기일입찰표는 준비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이번에도 법정에 일찍 도착할 것이고, 이번에도 떨지 않을 것이다.

인주와 도장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근처에 가게가 있어서 그날 마련하기로 했다.

 

2022년 8월 7일 임장

저번에 인천에서 최저가를 쓴 후 패찰하고 경험치를 쌓았다. 우선 도장부터 준비하려고 했는데 도장이 본가에 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전화를 해서 찾아달라고 했는데 못찾았다고 한다. 결국 도장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수원에서 안산까지 수인분당선을 타고 30~40분이면 된다. 그런데 해당 물건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고 30~40분을 더 가거나 택시를 타야만 한다. 임장까지 합쳐서 넉넉하게 4시간 정도를 소비하게 된다는 계산이 떨어졌다. 이는 새벽 알바가 끝난 후 전철 첫차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4시간 동안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번에 인천을 갔을 때보다는 시간을 적게 쓰지만, 여전히 피로가 누적될 각오를 해야 했다.

 

그런데 안산에 친한 형들이 있었다. 해당 물건의 집구조가 그 형들 중 한 명의 집과 100% 일치하길래 혹시나 싶어 물어봤다. 혹시 그 물건과 같은 동네에 살고 있냐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으면 대리임장을 맡겨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당 물건은 그쪽에서도 버스로 30분을 가야 하는 거리라고 한다. 그냥 건물 도면만 비슷하고 위치는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고맙게도 친한 형은 임장을 대신 해주겠다고 했다. 저번에 내가 두 차례, 수시간에 걸쳐 자소서를 봐준 것이 고마워서라고 한다.

난 그냥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집구석에서 어렵지도 않게(작가 경험 3년+bob에 지원하느라 두 달 갈아넣은 경험+1년간 자소서&면접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한 경험이 있으니 쉬움) 봐줬을 뿐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덕분에 서류합격을 했다며 날 도와줬다.

 

나는 모니터에 지도, 경매사이트, 체크리스트를 띄우고 디스코드로 화면 공유를 받았다. 아바타를 조종하듯 형에게 20분간 이것 저것 봐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마운 마음으로 소정의 금액을 소매넣기 했는데 그대로 되돌려 받았다.

 

우선은 해당 물건의 외벽, 냄새, 청결 상태였다. 2014년도 건물이라 외벽은 멀쩡했다. 내부에 쓰레기가 굴러다닌다거나, 건물 앞에 불법으로 쌓여있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형 잠깐 마스크 벗고 냄새 좀 맡아볼래?"

 

주소를 보고 반지하가 아닌 줄 알았는데 실제로 영상을 보니 3분의 1쯤 지하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냄새를 맡아보라고 했다. 악취, 곰팡이 냄새, 습도, 공기의 질이 바뀌진 않았는지 다양하게 물어봤다. 형이 말하기를 약간의 온습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게 실내라서 어쩔 수 없이 당연한 정도인지 아니면 지나친 정도인지는 대리임장의 한계상 명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어쨌든 악취나 곰팡이 냄새는 없었다고 하니까 그 부분은 안심했다.

 

이번엔 물건 내부도 보고 싶었지만 세입자가 없는 집이었다. 해당 물건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문 앞에 안내문도 붙어있지 않았다. 안내문을 볼 세입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물건의 가스계량기가 올라가 있었다. 아마도 관리미숙(?)이라 판단한다.

 

창문 근처 콘크리트가 잘 포장되어 있는지 영상으로 확인한 후 공실률을 체크하기로 했다. 가스계량기로 보니 대략 9개의 호실이 있었고 그중에 해당 물건 포함 3군데가 공실이었다. 우편함은 정리하는 사람만 정리하고 안 하는 사람은 안 하는 느낌...(세입자가 없다고 한 물건+계량기가 잠긴 호실 2군데+공과금문서 호실 비교분석)+(해당 물건은 여러 호가 최근에 경매로 넘어갔거나 경매로 낙찰된 상태였다. 몇 군데 세입자가 비어있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저번에 봤던 인천의 첫 물건은 공실률이 0%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경계하는 마음을 가진 채 주변 건물들 공실률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주변 물건들의 공실률은 거의 0%였다. 사실 빌라가 제법 밀집한 곳이라 건물을 스무 채는 더 보고 싶었는데, 빗방울도 떨어지기 시작하고 뭔가 미안해서 바로 인접한 건물 다섯 군데만 공실률을 체크했다.

 

아무튼 국소적으로 공실률은 나쁘지 않은 상황. 옆에 커다란 대학교가 있고 바로 위쪽에는 노인복지 관련 시설들이 있다. 이러면 수요층의 연령 폭이 확대되면서 총 수요가 높아진다고 기대할 수 있다. 두 블록 옆에 자그마한 공원도 있고 버스정류장은 걸어서 1분. 마트랑 편의점도 5분 거리에 있었다. (물론 이번에도 역세권은 아니다. 내가 지금껏 모아온 자금으로 역세권 낙찰은 살짝 애매하다.)

 

낙찰가는 해당 물건에 있는 다른 호에 한해서 감정가 이상으로 들어가는 편이었다. 감정가 대비 최저가가 70%라면 낙찰가는 100% ~ 110% 정도다. 따라서 해당 물건의 감정가가 물건의 본래 가치보다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해당 물건의 주변 물건들도 살펴보았는데, 감정가 대비 낙찰가가 60% ~ 70% 정도로 형성되어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가.

 

살펴보았더니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일부 배당금을 미배당 받아서 낙찰자가 그 배당금을 인수하는 물건이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60% ~ 70%로 거의 1회 유찰 최저가에 맞추어 낙찰된 물건들은 대체로 임차인으로부터 인수될 금액까지 계산하여 그렇게 낙찰가를 결정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포함하여 계산하더라도 인근 물건들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가 대략 65% ~ 75% 선이었다. 내가 보고 있는 물건은 낙찰가가 100%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물건들의 시세를 보았더니 2000년대 이후로 완공된 건물들은 가격대가 꽤 높게 형성되어 있었고, 그런 물건들을 내부에 있는 호실 개수에 따라서 나누어보았더니 대략적으로 인근 물건들의 감정가가 나온 것이다.

 

총정리를 하자면 주변 물건들을 분석한 감정평가사는 나름 시세에 비슷하게 혹은 그보다 살짝 낮게 평가를 하였다. 그래서 낙찰자들은 물건의 시세에 따라서 유찰되지 않은 물건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100% 이상으로 사갔다. 그밖에 1회 이상 유찰된 것들은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어 미배당금을 인수 받을 것까지 계산, 그리고 유찰되었으니 뭔가 하자가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것까지 상정, 65% ~ 75%로 다들 낙찰을 받아간 것이다.

따라서 내가 본 물건의 매각 사례가 100%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는 이유는, 임차인이 없고 권리관계가 깨끗하며 시세 대비 감정가가 살짝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모의경매 두 달, 적중률 88%인 초보가 분석한 것임. 그런데 패찰이 많아도 적중률 88%면 잘한 건가?)

 

물론 난 충분한 자금이 없어서 이번에도 시세&감정가 대비 낮은 낙찰가를 제시할 것이다.

이번에 내가 제시할 낙찰가는 대략 80%다. 이렇게 계산한 이유는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행한 이분법적 사고에 기반한다. 만약 100% 이상으로 쓰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무조건 패찰하겠지만, 인근 사례처럼 65% ~ 75%로 낸 사람들은 모두 이기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100% 이상으로 쓰는 사람만 없다면 나의 낙찰 확률이 매우 높다고 기대할 수 있다.

그래도 '100% 이상을 쓰는 사람이 없어야' 낙찰 확률이 높다는 전제조건 자체가 성립될 확률이 매우 낮다. 어쨌든 내가 제시할 80%는 인근 사례에 비해서 높은 입찰가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해당 물건의 사례다. 해당 물건의 사례는 대부분 100% 이상의 낙찰가를 형성하고 있으며, 분석결과 그게 합리적인(정상적인) 입찰가다. 나도 500만 원만 더 있었으면 당연히 100% 이상을 계획했을 것이다. 수중에 돈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지. 당장은 희박한 희망, 기적에 기대할 뿐이다.

 

2022년 8월 9일

오늘도 잠이 부족한 몸을 이끌고 수원에서 안산까지 왔다. 목적지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이다. 수원지방법원이라고 하길래 수원에 있는 줄 알았더니 사실은 안산에 있었다. 그래서 안산지원인가? 아무튼 나는 1호선을 타고 수인분당선으로 환승하여 중앙역에 내렸다. 법원까지 도보로 20분 거리라 택시를 타는 게 효율적이지만 가는 길에 은행과 도장가게를 들를 생각이라 일단은 걸어가기로 했다.

 

걷는 동선을 따지면 도장가게를 먼저 가는 게 좋겠지만, 농협은 평소에 대기줄이 길기 때문에 농협부터 가기로 했다. 애당초 농협부터 가기 위해 농협 오픈 시각인 9시 30분에 맞추어 도착할 수 있도록 시간을 계획한 것이다.

 

문자 그대로 비가 쏟아진다. 양말까지 다 젖었다. 나는 안산농협중앙지점에서 경매 보증금으로 쓸 자기앞수표 일반권을 뽑았다. (당행으로 수표를 뽑으면 300원은 필요없다고 하셨다. 그럼 저번엔 뭐였지?) 그리고 법원 근처 도장가게에서 도장을 싸게 하나 만들고 바로 옆에 있는 문방구에서 인주를 구매했다.

 

현재 시각은 오전 9시 40분. 입찰은 10시 30분부터다.

졸음이 너무 밀려와서 카페에 들어왔다. 몸에 카페인을 밀어넣고 각종 준비물 점검, 입찰 순서, 입찰 장소, 물건 분석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화장실 거울을 보니 눈에 힘이 다 풀린 좀비가 서있다.

 

10시가 되어서 빗길을 뚫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의 입찰법정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도 법원 내부의 입찰법정 장소는 대법원경매 - 사건번호검색 - 기일내역을 통해 재확인했다. 10시 5분쯤 법원 부지에 들어와서 건물 꼭대기에 안산지원이라고 적힌 곳을 찾아 들어갔더니 여기는 형사과(?)라고 입찰법정은 옆건물로 가셔야 한다고 해서 무사히 법정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법정 앞 게시판에 붙은 물건들을 확인하고 법정으로 들어왔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집행관님 앞쪽에 있는 기일입찰표, 보증금 봉투, 입찰 봉투를 가져다 양쪽에 있는 투표소 같은 공간에 들어갔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는 인주만 구비되어 있었다. 저번에 갔던 인천지방법원과 달리 볼펜이 없었다. 그리고 인주도 다소 마모되어서 도장이 잘못찍힐까 우려되었다. 바로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준비물이 있는 것이다. 나는 가방에서 볼펜과 인주를 꺼내 필요 서류를 작성했다. 봉투를 스테이플러로 밀봉하기 전, 입찰봉투 앞면 상단에 [경매][    ][계]라는 공란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보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이게 무슨 뜻인지 찾아냈다. 사소한 건인데 검색해도 잘 나오질 않았다. 그래도 계속 검색해서 '담당계'를 적기 위한 공란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 담당계라는 것은 어디서 확인하는가.

 

대법원 사이트에서는 찾지 못했다. 온라인에 없다면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당황하지 않고 법정 내외부 벽에 붙은 모든 서류를 천천히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법정  앞 게시판을 다시 확인해서, 내가 입찰하는 물건의 담당계가 몇 번인지를 알 수 있었다.

 

11시에 입찰봉투를 제출한 후, 지금은 기다리면서 이 게시글을 작성하는 중이다. 이번에도 패찰하게 된다면 오늘 당장 임장을 갈 것이다. 다음 차례의 물건도 안산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패찰하고 임장까지 해버리면 잠을 3~4시간 밖에 못자겠지만 각오한 일이다.

 

법원 내부에 붙은 일정 안내문에 따르면, 11시 40분에 입찰을 마감함과 동시에 결과를 발표한다. 패찰을 예상하고 30분 뒤 임장 계획이나 짜면서 기다려보자.


역시 패찰했다. 100% 이상으로 쓴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 포함 입찰자가 5명이었는데, 나만 빼고 모두 100% 이상을 썼다는 것이다.

알고도 지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차라리 작은 차이로 패찰했다면 이렇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너무 압도적으로 패찰해버리니 전의가 꺾이는 듯했다. 누군가 100% 이상으로 쓸 수 있다는 걸 모르고 패찰한 것도 아니었으면서...

앞에서 입찰가를 부르는데 처음부터 100% 이상이 나와버리자 마스크 속에 작은 헛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아마도 이게 현실이자 현재다. 어쨌든 나는 앞으로도 낙찰을 위해 수없이 이렇게 깨지는 경험을 해야할 것이다.

 

바깥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날씨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가용을 타고 돌아가는 중이었다. 혼자서 빗길을 걷는데 몸이 지하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지난 두 달간 마음과 정신에 불순물이 많이 쌓여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견디고 이겨내야지. 이것보다 더 고된 순간들도 수없이 인내해봤다.

 

나는 그대로 빗길을 20분간 걸어가 농협에서 수표를 반환한 후 지도를 봤다. 다음 물건으로 곧장 임장을 가야했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9일 임장

20분을 걸어서 조금은 절약된 택시비로 다음 물건이 있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기 직전에 기사님으로부터 이 위치에 성범죄자 조두순이 거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성범죄자 알림e로 확인해봤더니 내가 보러온 물건의 바로 근처에 있는 게 아닌가.

 

이 물건은 넘기기로 했다. 당연히 이런 물건이라도 들어와서 살 사람은 산다. 하지만 수요층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나는 원룸도 아니고 쓰리룸으로 보는 중이라 가족 단위의 수요자를 최적의 목표로 삼고 있는데, 성범죄자가 옆에 사는 물건에 가족 단위의 수요자가 올 가능성은 희박할 것 같았다. 그리고 여성의 수요자도 적어진다고 치면, 다소 비약해서 본래 수요폭의 절반 이상을 날리는 셈이다. 세입자가 늦게 들어올 수도 있고 금방 나갈 수도 있다. 나는 자금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모든 변수를 보수적으로 체크하고 있으며, 그 정도의 리스크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진작 확인하지 않은 나를 탓했다.

 

나는 고잔역으로 왔고, 지금은 전철에 탑승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노후화된 배터리가 곧 꺼지겠다고 난리다. 전철이 도중에 고장으로 멈추기까지 한다. 어서 눈이라도 붙여야겠다. 집에 가서 밥을 안 먹으면 4시간은 잘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볼 물건은 인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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